“꼬박 보름 동안 아내와 둘이서 풀을 뽑았습니다. 풀 약 한 번 뿌려버리면 그만인데 말이죠. 벌써 몇 년째 친환경 쌀 한다고 하는 일입니다.”
“친환경농사요? 노인네들한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죠. 일일이 농부의 손으로 처리하잖습니까.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수확한 뒤예요. 그 고생을 해서 재배한 쌀이 오히려 일반 쌀보다 더디 팔리면 견디기 어려워요.”
우리가 별생각 없이 ‘이제는 친환경농업으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렇다. 50대는 청년이라는 시골에서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평생을 당연한 듯 알고 살았던 비료와 농약을 버리고 노동력만으로 안전한 쌀을 만든다. 그러나 수확은 끝이 아니다. 온몸으로 지켜낸 무농약 쌀이지만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일반 쌀값 앞에서는 버텨 낼 도리가 없다.
싼 가격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친환경 쌀의 입지는 줄어든다.
우리지역을 한번 돌아보자.
학생, 소비자, 농업인, 공무원 등 각계각층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농업교육은 마련 돼 있는지,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좋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지, 당장 농업현장의 농민들이 안심하고 친환경농업에 전념할 수 있는 각종 지원제도는 다른 지역 못지않게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군수를 포함해 도의원, 군의원 등 수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앞다투어 약속한 내용이다. 무농약 쌀을 재배하겠다는 친환경농업인의 약속 이전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우선 구입하겠다는 소비자의 약속이 더 중요하며 농민과 소비자가 부담없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나누게 하겠다는 정치인의 약속은 더더욱 중요하다.